1. 들어가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단순히 흥미 위주의 애니메이션만 접한 저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 특별한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의 그 신비로운 감동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영상미, 성장하는 치히로의 모습, 그리고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주는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럼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대한 리뷰를 시작합니다.
2. 줄거리
10살 소녀 치히로(히이라기 루미)는 부모님과 함께 새로운 마을로 이사를 가던 중, 우연히 이상한 터널을 발견하게 됩니다. 부모님과 함께 터널을 지나자 그곳은 황량한 도시처럼 보이지만, 음식점들이 즐비한 신비로운 장소였습니다. 호기심에 이끌린 부모님은 무인 음식점에서 마음껏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돼지로 변해버리고 맙니다.
겁에 질린 치히로는 도망치다가 하쿠(이리노 미유)라는 신비로운 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하쿠는 치히로에게 이곳이 인간이 들어와서는 안 되는 신들의 세계이며, 밤이 되면 더 큰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또한, 치히로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바바(나쓰카와 미유키)가 운영하는 목욕탕에서 일하며 존재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치히로는 용기를 내어 거대한 마녀 유바바를 찾아가고, 그녀는 치히로에게 ‘센(千)’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며 계약을 맺습니다. 하지만 유바바는 사실 치히로의 이름을 빼앗아 그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만드는 계약을 한 것입니다. 하쿠는 치히로에게 자신의 본명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며,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본래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목욕탕에서 일하며 치히로는 다양한 신비한 존재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강의 신, 얼굴 없는 유령 가오나시, 그리고 유바바의 거대한 아기인 붉은 방울(보우)까지 여러 존재들과 얽히게 됩니다. 특히 가오나시는 치히로에게 집착하며 그녀를 유혹하지만, 치히로는 이에 휘둘리지 않고 그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돈이나 음식이 아니라, 관계와 이해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한편, 치히로는 하쿠가 사실 유바바의 쌍둥이 여동생인 제니바(나쓰카와 미유키, 1인 2역)에게 조종당하고 있으며, 그의 본명도 빼앗긴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치히로는 하쿠를 구하기 위해 그의 진짜 이름을 찾아주려 하고, 그러던 중 어린 시절 하쿠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가 사실은 코하쿠 강의 신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로 인해 하쿠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유바바의 저주에서 풀려납니다.
마지막으로 치히로는 유바바가 내건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여 부모님을 되찾고, 인간 세계로 돌아갑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그녀는 어린 소녀에서 한층 더 성숙한 인물로 성장하며, 다시 현실로 돌아가게 됩니다.
3. 감상평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성장 이야기의 새로운 지평을 연 걸작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낯선 세계에 던져진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마주하게 되는 두려움과 성장의 순간들을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처음에는 겁많고 응석받이였던 치히로가 자신의 이름을 지키고, 타인을 이해하며, 책임감 있는 한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깊은 감동을 전합니다.
영화의 시각적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해가 저물며 등불이 하나둘 켜지는 유바바의 목욕탕, 기차가 달리는 물 위의 풍경, 하쿠가 용이 되어 날아가는 장면 등은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을 선사합니다. 특히 일본의 전통과 현대, 그리고 판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세계관은 보는 이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캐릭터들의 섬세한 묘사도 인상적입니다. 욕심 많은 유바바, 순수한 영혼을 지닌 하쿠, 묵묵히 일하는 카마지, 정체불명의 가오나시까지, 각각의 캐릭터들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복잡한 내면을 지닌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들과 교류하며 성장하는 치히로의 모습은, 타인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임을 알려줍니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깊이가 있습니다. 이름의 소중함, 노동의 가치, 기억의 힘,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부모의 욕심으로 돼지가 되어버린 설정은 현대 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환경 파괴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음악의 활용도 탁월합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살려내며, 특히 '언제나 몇 번이라도'라는 주제곡은 영화의 감동을 한층 더해줍니다. 고요한 순간의 정적과 극적인 순간의 웅장한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갑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넘어, 모든 연령층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예술 작품입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신비로운 모험을, 어른들에게는 잃어버린 순수함과 용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나는 이 작품은, 우리에게 진정한 성장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4. 흥행기록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스튜디오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이자,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작품 중 하나입니다.
2001년 개봉 당시 일본에서 약 2,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일본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고,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도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일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인기를 얻어 총 3억 8천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높은 글로벌 흥행 성적을 거둔 작품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최초의 오스카 수상작이 되었습니다. 또한,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으며, 일본 애니메이션이 예술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으며, 스튜디오 지브리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철학적 메시지, 감성적인 스토리, 독창적인 세계관을 담아,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